archive2016. 11. 19. 09:22

소영언니한테서 받은 책 'letters to a young artist'에서 Kerry James Marshall의 편지를 주의깊게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Met Breuer에서 작가의 회고전이 열려서 오전에 요가하고 메트로 향했다. 그의 작품들을 통해 느낀 점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Subvert.Challenge. Include.일 것 같다. 강하게 다가온 작품 몇 점: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Shadow of His Former Self

화질이 별로여서 아쉽지만ㅜ 랄프 엘리슨의 소설 투명인간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업한 자화상. 눈과 이가 아니었으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흑인으로서 미술세계 그리고 세상에서 투명인간으로 취급받는 심정을 강렬하게 묘사했다.

Past times


흔히 백인의 레저 전유물로 인식되는 골프, 크로켓, 요트와 같은 활동을 전부 흑인들이 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지만 자세히 보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Snoop Dogg의 Gin and Juice 가사와 또다른 흑인 가수들의 노래 가사.


Bang


언뜻 보기에는 독립기념일 바베큐의 행복한 풍경을 묘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래에 쓰인 'Happy July 4th' 다음에 나오는 말은 Bang. 독립기념일에 자주 하는 불꽃놀이 소리와 총소리를 동시에 연상시킨다. 노예제도 등 폭력에 바탕을 둔 미국의 역사에 대한 언급으로 보인다. We are one이라는 문구가 아이러니하다.


Our Town



Posted by beinme
일상2016. 11. 16. 00:50

#1. Artist's Way를 3년만에 다시 시작했다. 3년 전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몸 속의 막혔던 부분들이 조금 더 열리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내 작업에서도 조금 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고 조금 더 리스크를 감내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긴 것 같다. 저번주에 간 오디션에서 대본에는 그런 말이 없었지만 갑자기 영국식 억양으로 연기를 하는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디션 들어가기 직전에 바꿨다.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평소의 나 같으면 그냥 안전하게 갔을텐데 그렇게 질러보니까 정말 재밌더라. 우리가 생각하는 인생의 재밌고 신나는 일들은 역시 우리의 comfort zone에서 몇 발자국 밖으로 내디뎌야 경험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지대의 밖에 뭐가 펼쳐질지 알 수 없는게 두렵기도 하지만 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존재할까. 조금 더 나가보자.


#2. 한국도 미국도 혼돈과 불신으로 휩싸여있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난 다음날 밤에 전철에서 극장까지 가는 5분이라는 시간 동안 지나가던 남성 두 명이 나한테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을 했다. 그러고 토요일 밤, 오디션을 보고 워싱턴 스퀘어 파크로 걸어 들어갔는데 아치 아래에 누군가가 그랜드 피아노를 들고 나와 드뷔시의 Claire de lune을 연주하고 있었다. 마지막 선율이 유난히 밝던 그날밤 달을 향해 흩어지면서 거기 있던 사람 모두 그 순간 하나가 되어 힐링받는 느낌이었다. 발걸음을 옮겨 웨스트 빌리지에서 잠시 가야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중년의 백인 남성이 다가와 길 잃었냐고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본다. 그 다음날, 바쁜 출근길 전철 안에서 히스패닉 남성이 내게 자리를 양보한다. 이번 한 주 동안 뉴욕의 특별함과 힘을 새삼 느낀 기분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화려한 특별함이 아닌 다양성에 대한 깊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친절과 배려 그리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내는 집단적 끈기가 뉴욕과 뉴요커들의 특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다.

Posted by bein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