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16.11.16 나 그리고 세상 2
  2. 2016.08.05 사랑니 1
  3. 2016.02.24 Tea ceremony and the process
  4. 2016.01.27 눈 온 뒤 센트럴 파크 5
  5. 2016.01.04 다시 새해, 그리고. 2
  6. 2015.03.07 YES!
  7. 2015.01.25 learning how to work, inspiration and kindness 1
  8. 2015.01.02 2015년은 색다르게 2
  9. 2014.12.28 딴 세상 New Orleans-day3 2
  10. 2014.12.28 딴 세상 New Orleans-day2
일상2016. 11. 16. 00:50

#1. Artist's Way를 3년만에 다시 시작했다. 3년 전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몸 속의 막혔던 부분들이 조금 더 열리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내 작업에서도 조금 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고 조금 더 리스크를 감내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긴 것 같다. 저번주에 간 오디션에서 대본에는 그런 말이 없었지만 갑자기 영국식 억양으로 연기를 하는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디션 들어가기 직전에 바꿨다.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평소의 나 같으면 그냥 안전하게 갔을텐데 그렇게 질러보니까 정말 재밌더라. 우리가 생각하는 인생의 재밌고 신나는 일들은 역시 우리의 comfort zone에서 몇 발자국 밖으로 내디뎌야 경험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지대의 밖에 뭐가 펼쳐질지 알 수 없는게 두렵기도 하지만 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존재할까. 조금 더 나가보자.


#2. 한국도 미국도 혼돈과 불신으로 휩싸여있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난 다음날 밤에 전철에서 극장까지 가는 5분이라는 시간 동안 지나가던 남성 두 명이 나한테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을 했다. 그러고 토요일 밤, 오디션을 보고 워싱턴 스퀘어 파크로 걸어 들어갔는데 아치 아래에 누군가가 그랜드 피아노를 들고 나와 드뷔시의 Claire de lune을 연주하고 있었다. 마지막 선율이 유난히 밝던 그날밤 달을 향해 흩어지면서 거기 있던 사람 모두 그 순간 하나가 되어 힐링받는 느낌이었다. 발걸음을 옮겨 웨스트 빌리지에서 잠시 가야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중년의 백인 남성이 다가와 길 잃었냐고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본다. 그 다음날, 바쁜 출근길 전철 안에서 히스패닉 남성이 내게 자리를 양보한다. 이번 한 주 동안 뉴욕의 특별함과 힘을 새삼 느낀 기분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화려한 특별함이 아닌 다양성에 대한 깊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친절과 배려 그리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내는 집단적 끈기가 뉴욕과 뉴요커들의 특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다.

Posted by beinme
일상2016. 8. 5. 00:58


사랑니를 뺐다.


베갯잇에 묻은 피 섞인 침자국과

아무리 빨아도 지지 않는 멍 같은 생리자국이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내 몸은 자꾸만 무언가를 잃어간다.


입속의 빈공간을 혀로 조심스레 탐험한다.

그 속에는 지나간 꿈과 지나간 사랑과

지나간 내가 있다.


서른이 되면 나는 차곡차곡

채워져 있을 줄 알았는데

불현듯 찾아온 낯선 손님 같은 이 빈틈을

나는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달디단 여름 바람이 뺨을 스치운다.

Posted by beinme
일상2016. 2. 24. 13:30

The man in hanbok carefully poured hot water into the teacup and then started to mix it into the matcha with a brush. His movements were free yet subtle and mindful. But as I sat in the corner with the mike in my hand waiting to translate the steps of the tea ceremony, I could only feel myself becoming increasingly impatient and agitated. Thoughts like 'God, this is taking so long', 'what's the point of going so slow if the end result is just to make the tea?', 'That peaceful expression is just a facade. Everyone knows how we Koreans want to get everything done as quickly as possible' swarmed through my head.


But as we bowed heads to each other to say our farewells, his sincere sense of gratitude flowed through my heart, and hit me with a piercing realization : My state of mind when translating exactly reflected the mindset I was applying to my life and acting career. In other words, with a strictly result oriented mind set, I was losing track of and unable to enjoy the process of the here and now which consequently made me anxious and unhappy.


Having an infinite amount of trust in the process sounds like a simple thing, yet it is something that I constantly need to remind myself of and practice. And sure enough, a lot of things that I experience and witness this month seem to gently remind me of that truth. Every time I go to the Shakespeare Forum I witness fellow actors receiving feedback, taking a risk to discover new things and to find layers and depth, all engaged and committed to the process. It is utterly touching, fascinating and uplifting to watch, being reminded that my fellow artists trust and go through the process just like I do. Or the time I went to Marianne's showcase after her first stand up comedy class and reveled in the bravery of people standing up there and working their material, never mind how laugh out funny it was.


I was talking about this mindset of honoring and trusting the process and living in it with Soyoung unni, and she talked about how this mindset clears you of any kind of desperation or anxiety which makes space for new opportunities and people to come into your life. I really like that expression. It will take constant practice, but I hope to keep on trusting the process, let go of the illusion of perfection, keep taking risks and most important of all, enjoy whatever comes with an open and grateful heart.


The journey is the destination.

 

Posted by beinme
일상2016. 1. 27. 00:16

친구 끌고 센트럴 파크 나왔더니 썰매타는 사람 천지ㅋㅋㅋㅋ

우리도 신나서 백만년만에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이번에 1869년 이후 역사상 세번째로 많은 눈이 센트럴 파크에 내렸다는데 눈 온 센트럴 파크도 참 좋구나.



미니 눈사람 발견


해질 즈음


친구랑 만든 눈사람! 옆에서 만들던 사람이 준비 철저하게 해와서 당근과 버튼 득템ㅎㅎ


 

Posted by beinme
일상2016. 1. 4. 15:26



- 브로드웨이를 따라 뛰다가 못 본 서점을 발견했다. 예전부터 알랭 드 보통의 팬이었지만 이 책은 아직 읽지 못했던 터라 5불에 득템! 익숙한 드 보통의 재치 있는 입담과 녹차 라떼 그리고 쿠키 하나를 덤으로 준 귀여운 바리스타까지. 기분 좋은 하루다.




- 2년 동안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신세여서 가구를 따로 구입한 적이 없는데 새해를 맞아서 큰 맘 먹고 책장을 구입했다. 사실 책장을 만들 부품을 구입하고 하룻밤 동안 낑낑거리며 망치질, 드라이브질을 해서 책장을 만들었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다. 책장이라는 단순한 가구지만 내가 땀 흘려 만들어선지 생각 외로 엄청 뿌듯해서 놀랐다. 책장을 만든 것처럼 올해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싶은 한 해다. 그 누구의 허락도 승낙도 기다리지 않고 창조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한 해로 만들자. Let's make stuff!


- 관계에 있어서 타인한테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표현하고 그것을 (죄책감 없이) 요구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이제야 이걸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긴 하지만 어쨌든. 타인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봐 혹은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원하는 것, 나를 괴롭히는 것을 표현하기 정말 힘들어했고 사실은 지금도 쉽지 않다. 하지만 타인의 마음만큼이나 나의 마음도 관계에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진심이 담긴 표현은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또다른 해결책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라고는 해도 아, 여전히 어렵다 관계라는 건.

Posted by beinme
일상2015. 3. 7. 02:34

"Lord, free me of myself so I may please you."

-Michelangelo- 


Posted by beinme
일상2015. 1. 25. 09:52

It's a time of revelations and discoveries and I am loving every second of it.


1. I think I've gotten a clearer grasp on how to work with impediments through my impediment work on my spoon river. The biggest thing is that through the doing, you have to get it into your BODY. Your body must adjust and take on the impediment with practice and trial and error. And then comes a moment when you feel it organically becomes a part of you. I also felt it's imperative that your body is free of tension when working on them.

 Another big thing I learned was how to allow my rage/emotion to filter THROUGH my impediment. With rage, I automatically became tense and energized which steered me away from my impediment of hemiplegia and severe muscle weakness. I thought my emotion and my impediment weren't compatible at all. But David told me to work on the physicality separately first, and then in class to do my emotional prep and allow that to trickle through the impediment I had been working on. And sure enough, I felt that I could still communicate my rage though paralyzed and weak. A very good learning experience.


2. I don't know what I've done this week, but I feel a lot more open, receptive and fluid this week. Imaginary circumstances kick me in the heart and gut with surprising speed and force. A hug makes me tear up. The play I was reading this week made me tear up. Seeing Park Dae Sung's paintings filled me with deep awe. Reading a Humans of New York post filled me with hope and warmth. Ok, I must sound like a raging hippie but it's the truth. And I quite like this. I want to keep experiencing the world in this state of being. This week of openness particularly makes me contemplate on the value of kindness. Kindness that celebrates people for who they are. Kindness that brightens someone's  day. Kindness that enables people to reach their dreams. How can I become a kinder person?


3. Meeting artist Park Dae Sung was very inspiring. Overcoming the loss of his parents and his left hand to become a great artist made me think of how strong and triumphant the human soul is. His motto of '불편당','lean into the discomfort' resonated with me as I continue my journey as an actor. To acknowledge that suffering and discomfort are what elevate us into a higher state of being, and to embrace that process. Such an extraordinary thing, life.

Posted by beinme
일상2015. 1. 2. 12:39



Brunch for dinner.

Happy New Year!

Posted by beinme
일상2014. 12. 28. 08:14

뉴올런즈에서의 마지막 날. 이 날은 프렌치쿼터에서 벗어나 가든 디스트릭트로 나서기로 했다. St.Charles 스트리트카를 타고 가면 되는데 이 스트리트카는 얼마 전에 국보(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무려 1835년부터 운행했다고. 뉴올런즈를 배경으로 하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에서도 블랑쉬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스트리트카를 타고 동생 스텔라의 집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St.Charles 스트리트카 외부와 내부. 재밌는 건 종점에 다다르면 의자방향을 반대로 돌려서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운행할 수 있다는 점! 그 때문에 운전석도 양쪽 끝에 두 개가 있다.


이 날은 freetoursbyfoot.com 에서 하는 가든 디스트릭트 투어를 하기로 했다. 첫 목적지는 Lafayette Cemetery #1. 뉴올런즈의 묘지는 미국에서도 독특한 지상에 세워진 crypt의 모임이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은 늪지대라서 시신을 땅에 묻으면 며칠 뒤에 그대로 다시 떠올랐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고안해낸 장치라고 한다.



뉴올런즈에 오면 자유로움과 어떻게 보면 흥청망청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Let the good times roll'이라는 말도 자주 보인다. 뉴올런즈는 늪지대고 여름에는 무더위가 극심해서 황열 등 각종 전염병이 창궐했고 그 때문에 뉴올런즈로 이주해온 사람의 절반 이상이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신나게 즐기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된 것 같다. 장례식도 근엄하기만 한 게 아니라 재즈밴드가 행렬을 따르면서 신나게 고인의 생을 축복하는 jazz funeral도 뉴올런즈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한다. 투어 가이드가 장례식 때 자주 불리는 'I'll fly away'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직접 장례식에서 추는 댄스도 선보여줬다ㅋㅋ


가든 디스트릭트는 크리올들이 살던 프렌치쿼터에서 벗어나 부유한 백인들이 자기들만의 문화를 뿌리내린 곳이어서 느낌이 프렌치쿼터와 많이 다르다. 특히 어마어마한 크기의 저택들을 보고 있으면 같은 뉴올런즈라는 실감이 안 난다.


이 집은 뉴올런즈에서 귀신이 제일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심지어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월드를 만들 때 이 집을 본따서 유령의 집 놀이기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저택들은 역사적으로 보존이 제일 잘 되어 있어서 영화 촬영지로도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가장 최근에는 '장고:분노의 추적자' 그리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이 지역의 저택에서 촬영되었다. 뉴올런즈는 그래서 남부의 할리우드로 불릴 정도로 영화산업으로도 돈을 톡톡히 번다고 한다.


가든 디스트릭트를 거닐다가 가고자 했던 레스토랑이 이브날이어서 닫는 바람에 다시 프렌치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렌치 마켓에서 만난 캔들 팔던 아주머니가 추천해줘서 리츠칼튼에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감상하러 갔다.


트리 크기만 봐도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것 같다.


저녁에 먹은 악어튀김. 뭐랄까 닭고기랑 비슷한 맛인데 좀더 쫄깃한 식감이다.


온갖 문화가 어우러진 자유와 낭만의 도시 뉴올런즈. 꼭 한번 다시 가고 싶다.


Posted by beinme
일상2014. 12. 28. 06:49

뉴올런즈에서의 둘째날. Wink's Bakery에서 유명한 buttermilk drop으로 요기하고 프렌치 마켓과 St.Louis 성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속이 정말 촉촉해서 너무 맛있었다ㅠ 또 신기했던 것은 이 빵집 사장은 배우이기도 하다는 사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던 영화 'Beasts of the Southern Wild'의 주인공인 Hushpuppy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다. 이 영화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앞두고 뉴올런즈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강인하고도 생명력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정말 감명 깊게 본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 구유장식이 실내에 놓여 있었다. 나는 늘 이렇게 규모가 큰 성당에 오면 새삼 종교의 힘을 실감한다. 종교적인 성향에 상관없이 숭고함에 의해 숙연해진다. Mamet이 말한 이성 이전의 원초적인 힘의 작동인가.

성당을 나서니 바로 앞에서 재즈 밴드가 기분 좋은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내세적 세계관과 현세적 세계관이 함께 어우러지는 묘한 순간이었다.


Royal street를 거닐면서 상점 구경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성당 바로 뒤에 있는 작은 골목. 이름은 Pirate's Alley.(나중에 들어보니 실제로 여기가 아이티와 가까운 항구도시라 훔친 보물들을 숨기거나 팔기 위해 해적들이 많이 오갔다고 한다.) 여기에는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가 살면서 소설을 집필했다는 서점도 있었다.


아침에 지나갈 때도 자고 있었는데 해질녁에도 같은 포즈로 세상 모르게 자는 냥이.


저녁에는 chargrilled oyster를 먹으러 Acme Oyster House로 향했다. 맛있긴 했지만 내 입맛엔 너무 짰다ㅜ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Preservation Hall에서 들은 재즈였다. Preservation Hall은 1961년부터 뉴올런즈 재즈를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굵직굵직한 재즈 뮤지션들이 거쳐가거나 지금도 꾸준히 연주를 하는 곳이다. 재즈의 본고장인 뉴올런즈여서 막연히 좋을거라고만 생각했지만 이토록 좋을 줄은 몰랐다. 비 속에서 한 시간 동안 줄서서 기다리고 공연도 서서 봤는데도 15불이 아깝기는커녕 표가 더 비싸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Preservation Hall 내부. 작고 낡은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그 느낌이 좋았다. 뮤지션들이 악기만 연주한 게 아니라 노래도 함께 불렀는데 그게 참 좋았다. 무더운 여름밤 미시시피 강변에서 강바람 맞으며 느릿느릿 걸어가다가 코너를 돌면 흘러나올 것 같은 음악이었다. 이 날 연주한 곡 중에서 'I want a little girl'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 연주해준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이 특히 좋았다. 뮤지션 중에는 무심해 보이지만 무시무시한 드럼 실력을 보여준 조 할아버지가 기억에 남았다.

숙소에 돌아와 친구와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 음악을 들어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동감했다.

Posted by bein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