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를 뺐다.
베갯잇에 묻은 피 섞인 침자국과
아무리 빨아도 지지 않는 멍 같은 생리자국이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내 몸은 자꾸만 무언가를 잃어간다.
입속의 빈공간을 혀로 조심스레 탐험한다.
그 속에는 지나간 꿈과 지나간 사랑과
지나간 내가 있다.
서른이 되면 나는 차곡차곡
채워져 있을 줄 알았는데
불현듯 찾아온 낯선 손님 같은 이 빈틈을
나는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달디단 여름 바람이 뺨을 스치운다.